엄마, 어딨어요?
<습작 1>
제목 : 엄마, 어딨어요?
“엄마, 거기 있어?”
다급한 민수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은 바로 화장실입니다.
“엄마, 여기 휴지 좀.”
더 커진 목소리가 화장실을 울립니다. 엄마의 대답 소리가 안 들리자 벌떡 일어서서 화장실 문을 쾅쾅 두드립니다.
“엄마, 대답해. 여기 휴지가 없단 말이야.”
큰 볼일을 다 마쳤지만 밖으로 나갈 수 없는 민수는 엉거주춤하게 변기 위에 다시 앉습니다. 민수가 좋아하는 파란색 줄무늬 바지는 발목에 걸쳐 있고 꽃무늬가 그려진 노란색 화장실 신발은 발끝에서 까딱입니다. 벽걸이에 걸린 하얀색 수건에서 향기로운 냄새가 납니다. 몸을 기울여 수건을 잡아당긴 민수는 수건의 한 쪽을 코끝에 살짝 대어 봅니다.
“음, 냄새 좋은데?”
그러다가 다시 휴지 생각이 납니다.
“엄마, 휴지 좀 달라고.”
잠시 기다려 보지만 역시나 엄마 목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갑자기 불안해집니다.
“뭐야, 엄마한테 무슨 일이 있나? 에잇, 우리 집 변기는 왜 비데가 아닌 거야. 연지네 화장실에는 휴지가 필요 없던데.”
민수는 다시 일어서서 화장실 문을 조금 열고 거실을 살펴봅니다. 엄마는 보이지 않습니다. 아, 이를 어쩐담. 민수는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이상하다. 엄마가 어디 가셨나? 부엌에 계셔도 내 목소리는 들릴 텐데.’
엄마가 걱정되자 마음이 급해집니다.
‘어떡하지? 그냥 나갈까? 아냐 그건 안 돼. 그럼 어떡하지?’
어떻게든 닦아야 할 것 같은 데 얼른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아, 맞다. 엄마가 전에 물로 씻어줬잖아! 그러다 옷이 다 젖어버리면 어쩌지? 아니지. 지금 옷 버리는 게 문제가 아냐. 얼른 나가서 엄마를 찾아야겠어.’
결국 민수는 혼자 해결해 보기로 마음먹습니다. 화장실을 다시 천천히 살펴봅니다. 손잡이 달린 초록색 바가지가 눈에 띕니다.
“좋아, 한 번 해 보자. 옷을 버리게 되면 엄마 보시기 전에 빨리 갈아입지 뭐.
초록색 바가지에 물을 반 쯤 받아 하얀색 수건의 한 귀퉁이를 적십니다. 그리고 적신 수건을 엉덩이에 가져다 댑니다. 그다지 만족스럽진 않지만 어쨌든 뒤처리는 끝납니다.
“별 거 아니네. 좀 찝찝하긴 하지만 이따가 휴지 찾으면 다시 닦지 뭐.”
화장실 문을 시원하게 열어젖히며 거실로 나온 민수는 엄마를 찾습니다.
“엄마?”
부엌에도 가고 민수 방에도 갑니다.
“엄마?”
“민수야?”
어디선가 민수를 찾는 듯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문을 두드리는 것도 같습니다. 민수는 가슴이 뛰고 덜컥 겁이 납니다.
“민수야?”
나지막하게 들리는 이건 분명 엄마 목소리입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소리가 나는 쪽을 찾아봅니다.
“엄마, 어디 있어?”
“민수 왔구나. 여기야 여기.”
민수는 안방으로 달려갑니다. 안방 화장실에서 엄마가 민수 발소리를 먼저 듣고 소리칩니다.
“민수야, 엄마 휴지 좀 줘.”